잡생각

물리 교육에서 힘의 개념 설명의 문제점

하러어어러 2024. 2. 19. 19:02

[물리학 학습의 과정]

물리학을 공부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물리 연구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공부에 대한 이야기이다. 물리 공부의 일반적인 절차는 다음과 같다. 먼저 실험을 통해 알아낸 실제 세계의 기본적인 성질들을 배운다. 주로 이런 성질들은 기본적이어서 어떤 증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수학으로 비유하자면 공리의 개념과 유사하다. 작은 입자에 작용하는 전자기력의 크기, 중력상수 등이 이런 기본적인 성질들이다

이후 이런 기본적인 성질들로 새로운 성질을 유도한다. 원형 판에 작용하는 전자기력을 구해야 한다고 하자. 원형 판도 결국 작은 입자들이 특정한 배열을 이룬 것이다. 따라서 작은 입자에 작용하는 전자기력의 크기를 전부 더해 원형 판에 작용하는 전자기력을 구할 수 있다. 이런 새로운 성질은 주로 실용성에 목적이 있다. 별모양의 판 대신 원형 판의 경우를 다루는 것은 실용성 때문이다. 또한 유도하는 과정에서 다른 성질을 유도하는 방법을 학습할 수 있다. 원형 판에 작용하는 공식을 구하는 데 쓰이는 수학적, 물리학적 방법은 다른 모양의 판에 작용하는 공식을 구하는 데 비슷하게 적용할 수 있다

새로운 식을  유도하는 과정을 거친 후, 예제를 풀면서 개념과 이를 실제 현상에 적용하는 방법을 익히게 된다. 이때 기본적인 성질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면, 문제를 올바르게 풀기 어렵다. 이후 문제의 해법을 보게 되는데, 이때 문제의 해법은 일반적인 성질에 대한 설명보다는 문제의 특수한 상황에 대한 설명만을 제공한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나중에는 문제의 유형에 맞춰 기본 성질들을 조금씩 다르게 적용하게 된다. 기본적인 성질에서 출발해 현상을 분석해내지 않고, 현상의 유형을 파악한 뒤 계산법만을 익히게 된다. 이는 새로운 유형의 현상을 만나게 되면 현상을 올바르게 분석하기 어렵게 만든다. 이런 문제는 고전역학에서 힘의 개념을 배울 때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번 칼럼에서는 힘에 대한 개념과 오해에 대해 설명하겠다.

 

[힘에 대한 설명]

힘이란 무엇일까. 힘이라는 단어는 일상적으로 사용된다. ‘이라는 단어가 주는 이미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보통 사람이 무언가를 들고 있는 모습이나 서로를 밀고 끌어당기는 이미지 또는 어떤 권력이나 신체적인 능력치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이런 일상적 이미지 중 서로를 밀고 당기는 이미지가 물리학의 힘의 개념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다. 물리학에서 힘의 정의는물체의 운동, 방향 또는 구조를 변화시킬 수 있는 상호작용이다. 정의가 모호하다. 다른 물리량의 정의와 비교해보면 모호함을 더 크게 느낄 수 있다. 물체가 가지는 운동량의 정의는 물체의 질량과 물체의 속도의 곱이다. 수학적인 기술을 통해 엄밀하게 정의하는 운동량과 달리 힘의 정의는 마치 인문학처럼 보인다. 이는 힘이 기본적인 물리량이기 때문이다. 힘은 시간, 거리, 질량과 마찬가지로 측정되는 값에 가깝다. 다만 힘의 측정은 다른 기본적인 물리량과 달리 조금 더 복잡하다.

힘의 측정에 대해 논하기 전에 힘의 표현 방법과 알짜힘의 개념에 대해 다루어야 한다. 힘을 표현하기 위해 화살표를 이용한 도식을 사용한다. 힘이 작용하는 지점에 화살표의 시점이 위치하고 방향과 크기는 벡터 표기법을 따른다. 이때 힘의 단위는 뉴턴이다. 1뉴턴은 1kg의 질량을 가진 물체를 1m/s^2 가속시키는 힘이다

알짜힘이란 모든 힘을 벡터합한 힘을 의미한다. 뉴턴의 운동법칙에 따라 물체에 작용하는 알짜힘은 물체의 운동량을 시간에 대해 미분해 구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알짜힘의 정의가 아닌 성질일 뿐만 아니라, 개별적인 힘에 대한 측정이 아니다.

시간을 측정하기 위한 시계, 거리를 측정하기 위한 자처럼 힘을 측정하기 위한 도구는 저울이다. 저울은 탄성력을 이용한다. 탄성력을 가지는 대표적인 물체로 용수철을 생각할 수 있다. 용수철이 잡아당기거나 미는 힘은 용수철의 원래 길이에서 변형된 길이와 비례한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다. 따라서 용수철이 변형된 길이를 통해 힘을 측정할 수 있다. 물체에 직접 접촉해 작용하는 힘인 접촉력은 저울을 이용해 직접 구할 수 있다. 그러나 자석이 밀어내거나 당기는 힘과 같이 표면의 접촉 없이 작용하는 비접촉력은 간접적인 방법으로 구해야 한다. 뉴턴의 운동법칙에 따라 가속도로부터 힘을 유도해 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때 뉴턴 법칙을 이용해 구하는 힘은 항상 알짜힘임을 기억해야 한다. 막대 자석과 원형 자석이 하나의 철 조각을 끌어당기고 있다고 하자. 이때 두 개별적인 힘을 각각 구하기 위해서는 동일 작용의 원리를 이용해야 한다. 막대 자석만 있을 때 끌어당기는 힘이 여러 힘이 같이 작용할 때도 다른 어떤 요인에 영향을 받지 않고 그대로 작용한다는 원리이다. 이런 원리를 활용해 개별적인 힘은 제어 실험을 통해 따로 구해야 한다.

일부 힘은 다른 물리량으로 이루어진 공식이 알려져 있다. 대표적으로 중력이 있다. 물체가 지구 표면에서 받는 중력은 물체의 질량에 중력상수 g를 곱한 값이다. 그러나 모든 힘이 공식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맞닿아 있는 표면에 수직으로 작용하는 힘인 수직항력이 있다. 책상 위에 컵을 올려 두면 컵은 책상으로부터 위쪽으로 밀어내는 힘을 받는다. 책상이 컵을 밀어내는 수직항력과 중력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같은 크기만큼 작용해 상쇄된다. 따라서 알짜힘은 0이 되고 컵은 정지 상태를 유지한다. 수직항력은 질량이나 부피와 같은 다른 물리량과 무관하며 물체에 작용하는 알짜힘을 통해 역으로 구해야 한다. 이는 수직항력이 구속력이기 때문이다. 구속력이란 물체를 어떤 경로에 구속시키는 힘을 의미한다. 컵에 물을 따르면 컵의 질량이 증가하고 컵이 받는 중력이 증가한다. 중력이 증가하면 수직항력은 이에 맞춰 증가한다. 수직항력은 컵을 정지상태로 구속시킨다. 정지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알짜힘이 0이어야 하므로, 중력과 마찬가지의 힘으로 수직항력이 컵을 위쪽으로 밀어내야 한다.

힘은 정의상 물체의 상태 변화에 대한 원인의 성격을 가진다. 물체에 가해지는 힘과 물체의 운동 상태는 인과적인 관계를 가진다. 물체의 운동상태를 알짜힘을 통해 분석하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의 순서이다. 다만, 운동상태를 구속시키는 힘인 구속력을 구할 때에는 운동상태로부터 역으로 추론해내야 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물리 교육에서 힘의 설명 방법]

물리 교육의 일반적인 커리큘럼에서 힘의 개념을 도입할 당시에 힘에 대한 위와 같은 자세한 설명은 제시되지 않는다. 힘의 표기법과 벡터량의 개념 그리고 단위에 대한 내용을 통해 힘을 간략하게 설명하고 뉴턴 방정식으로 넘어간다. 힘의 측정과 정의에 대한 설명이 충분하지 않고, 구속력에 대한 내용은 설명하지 않는다. 이러한 설명은 힘의 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어렵고 이를 이용해 현상을 올바르게 분석하기 어렵다. 연구에 따르면 중학생과 물리 과목을 학습하는 고등학생 뿐만 아니라 과학영재에 해당하는 학생들과 초등예비교사들까지 힘의 개념과 뉴턴 방정식의 적용에서 오개념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1][2][3][4] 중학생의 경우 구속력과 뉴턴 3법칙, 작용점에 대한 오개념을 공통적으로 보였으며, 고등학생들의 경우 문제를 유형별로 다르게 접근하며 일관된 해설을 하지 못하는 못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초등 예비교사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구속력과 뉴턴법칙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결론]

물리 교육에서 힘의 개념의 설명이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문제는 개념에 대한 기본적인 성질에 대한 내용을 생략하고 문제 유형을 분류해 현상에 접근하는 방법만을 가르치기 때문에 발생한다. 힘의 개념을 적절하게 교육하기 위해서는 힘을 정의하는 방식과 측정 방법에 대해 보다 더 자세한 설명을 추가해야 한다. 또 알짜힘과 개별 힘의 차이를 명확히 구분할 수 있도록 설명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구속력과 그 특성에 대한 추가적인 설명이 힘의 개념을 학습하는 초기에 필요하다



[1] 박지은 · 이선경, 『중학생의 힘의 개념변화 사례 연구: 개념생태적 접근』, 한국과학교육학회지 제27권 제7, 한국교육학회, 2007, 610.

[2] 이영미 · 김성원,  『과학영재의 물리개념 이해에 관한 사고모형』, 한국과학교육학회지 제28권 제8, 한국교육학회, 2008, 812.

[3] 정용재,  『초등예비교사의 작용과 반작용개념 -이해 정도와 전형적 인식상황 분석을 중심으로-, 한국과학교육학회지 제36권 제6, 한국교육학회, 2016, 865.

[4] 백성혜 · 조영진, 『과학사에 기초한 물체의 운동에 대한 고등학생들의 관점 분석』, 한국과학교육학회지 제26권 제3, 한국교육학회, 2006, 326.

'잡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상적 조건에서 생산가능 곡선 유도  (1) 2024.03.01
비유  (0) 2024.02.19